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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기반 맞춤형 영양학

야식이 더 살이 찌는 사람 vs 괜찮은 사람: 유전자 기반 분석

"밤에 먹으면 살이 더 찐다"는 말을 흔히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러나 이 말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될까요? 일부 사람들은 저녁 늦게 먹어도 체중 변화가 미미한 반면, 다른 사람들은 야식 후 체중계 숫자가 금세 올라가는 경험을 합니다. 이러한 차이의 핵심에는 우리의 유전자가 있습니다. 최근 연구들은 특정 유전적 변이가 야간 식이 패턴과 체중 증가 사이의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야식과 체중 증가: 기본 메커니즘

야간에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일반적인 생리학적 메커니즘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1. 서커디안 리듬과 대사 효율: 우리 몸의 내부 시계는 하루 중 시간에 따라 대사 활동을 조절합니다. 일반적으로 저녁과 밤에는 인슐린 감수성이 감소하고, 지방 저장이 증가하며, 에너지 소비가 감소합니다.
  2. 식후 열 발생(DIT) 감소: 식후 열 발생(Diet-Induced Thermogenesis)은 음식 소화와 처리에 사용되는 칼로리를 의미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 과정은 아침에 가장 효율적이고 밤에는 감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3. 호르몬 변화: 야간에는 렙틴(포만감 호르몬) 수치가 낮아지고 그렐린(배고픔 호르몬) 수치가 높아져 과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메커니즘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으며, 유전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계 유전자(Clock Genes)와 야간 대사

우리 몸의 생체 시계를 조절하는 시계 유전자는 야식에 대한 개인의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유전자군에는 CLOCK, BMAL1, PER, CRY 등이 포함됩니다.

야식이 더 살이 찌는 사람 vs 괜찮은 사람: 유전자 기반 분석

CLOCK 유전자 변이

CLOCK 유전자는 서커디안 리듬의 핵심 조절자 중 하나로, 이 유전자의 특정 변이(특히 CLOCK 3111T/C 다형성)는 야간 대사와 식습관에 영향을 미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CLOCK 3111C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 저녁 식사를 더 늦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야식 충동이 더 강합니다.
  • 야간에 섭취한 칼로리에 대해 체중 증가 위험이 더 높습니다.
  • 수면 시간이 더 짧고 불규칙합니다.

반면 CLOCK 3111T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야식 후에도 상대적으로 체중 증가가 적을 수 있습니다.

PER2 유전자와 식욕 조절

PER2(Period Circadian Regulator 2) 유전자는 다른 중요한 시계 유전자로, 식욕과 에너지 대사에 영향을 미칩니다. PER2 유전자의 특정 변이는 야간 식욕 증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PER2 rs2304672 C>G 다형성을 가진 사람들은:

  • 저녁 시간대에 포만감 호르몬이 감소합니다.
  • 야간 스낵 섭취 빈도가 증가합니다.
  • 야식에 따른 체중 증가 위험이 더 높습니다.

반면, 이 변이가 없는 사람들은 야간 식욕 조절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며, 야식에 따른 체중 증가 위험이 낮을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 대사 유전자와 야식 영향

야식이 체중에 미치는 영향은 탄수화물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됩니다.

TCF7L2 유전자

TCF7L2(Transcription Factor 7-like 2) 유전자는 인슐린 분비와 포도당 대사를 조절하는 중요한 유전자입니다. 이 유전자의 rs7903146 T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 저녁에 탄수화물 섭취 시 인슐린 반응이 약화됩니다.
  • 야간 고탄수화물 식사 후 혈당 수치가 더 높게 상승합니다.
  • 야식, 특히 탄수화물이 풍부한 야식 후 체중 증가 위험이 더 높습니다.

이러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은 저녁 식사에서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아침이나 점심에 더 많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PPARG 유전자

PPARG(Peroxisome Proliferator-Activated Receptor Gamma) 유전자는 지방 대사와 인슐린 감수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PPARG Pro12Ala 다형성은 야식의 영향에 차이를 만듭니다:

  • Pro/Pro 유전형(가장 흔한 형태)을 가진 사람들은 저녁 늦게 섭취한 지방과 탄수화물이 더 쉽게 체지방으로 저장됩니다.
  • Ala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야간 에너지 대사가 효율적이며, 야식 후 체중 증가 위험이 낮습니다.

지방 대사 유전자와 개인차

지방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들도 야식의 영향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APOA5 유전자

APOA5(Apolipoprotein A5) 유전자는 중성지방 수치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APOA5 -1131T>C 다형성은 야간 지방 대사에 영향을 미칩니다:

  • C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저녁에 고지방 식사를 할 경우 식후 중성지방 수치가 더 높게 상승합니다.
  • 이들은 야간에 지방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할 경우 체중 증가 위험이 더 높습니다.
  • 반면 T/T 유전형을 가진 사람들은 야간 지방 대사가 비교적 효율적이어서 야식으로 인한 체중 증가 위험이 낮을 수 있습니다.

FTO 유전자

FTO(Fat Mass and Obesity-associated) 유전자는 체중 조절과 식욕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FTO rs9939609 A 대립유전자(위험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 일반적으로 식욕이 증가하고 포만감을 느끼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 특히 저녁과 밤에 이러한 경향이 더 강화됩니다.
  • 야식 습관이 있을 경우 체중 증가 위험이 크게 증가합니다.

이러한 유전적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야식을 피하고 일찍 저녁 식사를 마치는 것이 체중 관리에 중요할 수 있습니다.

호르몬 조절 유전자와 야간 식욕

호르몬 조절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은 야간 식욕과 체중 조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LEP와 LEPR 유전자

LEP 유전자는 포만감 호르몬인 렙틴을 코딩하고, LEPR은 렙틴 수용체를 코딩합니다. 이 유전자들의 특정 변이는 야간 식욕 조절에 영향을 미칩니다:

  • LEPR Q223R 다형성의 R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렙틴 저항성이 증가하여 포만감을 인식하는 능력이 감소합니다.
  • 이들은 특히 밤에 포만감을 느끼기 어려워 야식 습관이 형성되기 쉽습니다.
  • 야식으로 인한 체중 증가 위험이 더 높습니다.

반면, Q/Q 유전형을 가진 사람들은 렙틴 신호 전달이 더 효율적이어서 야간 식욕 조절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야식으로 인한 체중 증가 위험이 낮을 수 있습니다.

MTNR1B 유전자

MTNR1B 유전자는 멜라토닌 수용체를 코딩하며, 수면-각성 주기와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미칩니다. MTNR1B rs10830963 G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 야간에 인슐린 분비가 감소합니다.
  • 저녁 늦게 탄수화물을 섭취할 경우 혈당 조절이 어려워집니다.
  • 야식, 특히 고탄수화물 야식 후 체중 증가 위험이 더 높습니다.

이 유전적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저녁 식사를 일찍 마치고 탄수화물 섭취를 아침이나 점심으로 옮기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에너지 소비 유전자와 야간 대사율

에너지 소비와 관련된 유전자들은 야간 대사율에 영향을 미쳐 야식의 결과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ADRB2와 ADRB3 유전자

베타-아드레날린 수용체를 코딩하는 ADRB2와 ADRB3 유전자는 에너지 소비와 지방 분해에 영향을 미칩니다:

  • ADRB2 Gln27Glu 다형성의 Glu27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야간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여 야식으로 인한 체중 증가 위험이 더 높습니다.
  • ADRB3 Trp64Arg 변이의 Arg64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야간 지방 분해 능력이 감소하여 야식 후 체중 증가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반면, 이러한 위험 변이가 없는 사람들은 야간에도 비교적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와 지방 분해 능력을 유지하여 야식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습니다.

UCP 유전자군

UCP(Uncoupling Protein) 유전자군, 특히 UCP1, UCP2, UCP3는 열 발생과 에너지 소비에 관여합니다:

  • UCP1 -3826A>G 다형성의 G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야간 열 발생 능력이 감소하여 야식으로 섭취한 칼로리가 더 쉽게 지방으로 저장됩니다.
  • UCP2와 UCP3의 특정 변이도 야간 에너지 소비 효율에 영향을 미쳐 야식에 대한 체중 반응에 차이를 만듭니다.

이러한 유전적 변이는 왜 일부 사람들이 야식 후 더 쉽게 체중이 증가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개인화된 식이 권장사항: 유전자 기반 접근법

유전적 프로필에 따라 야식에 대한 개인화된 권장사항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야식에 더 민감한 유전자 프로필을 가진 사람들

다음과 같은 위험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야식에 따른 체중 증가 위험이 높습니다:

  • CLOCK 3111C 대립유전자
  • PER2 rs2304672 G 대립유전자
  • TCF7L2 rs7903146 T 대립유전자
  • FTO rs9939609 A 대립유전자
  • LEPR Q223R의 R 대립유전자
  • MTNR1B rs10830963 G 대립유전자

이러한 유전적 프로필을 가진 사람들에게 권장되는 식습관:

  1. 일찍 저녁 식사를 마치고 취침 전 3-4시간 동안은 음식 섭취를 피합니다.
  2. 저녁 식사에는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단백질과 건강한 지방을 강조합니다.
  3. 더 많은 칼로리를 아침과 점심에 배분합니다.
  4. 규칙적인 식사 시간을 유지하여 서커디안 리듬을 안정화합니다.

야식에 덜 민감한 유전자 프로필을 가진 사람들

다음과 같은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야식에 따른 체중 증가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 CLOCK 3111T/T 유전형
  • PER2 rs2304672 C/C 유전형
  • PPARG Pro12Ala의 Ala 대립유전자
  • APOA5 -1131T/T 유전형
  • UCP 유전자군의 유리한 변이들

이러한 유전적 프로필을 가진 사람들:

  1. 늦은 저녁 식사가 체중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수 있습니다.
  2. 식사 시간에 더 유연한 접근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3. 그러나 여전히 전반적인 칼로리 섭취와 영양 균형은 중요합니다.
  4.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선호도에 맞게 식사 시간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종합적 접근: 유전자와 생활 방식의 상호작용

야식이 체중에 미치는 영향은 유전자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활 방식 요인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됩니다:

  1. 수면의 질과 양: 수면 부족은 야간 식욕 증가와 대사 변화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특히 특정 유전적 변이를 가진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2. 스트레스 수준: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코티솔 수치를 변화시켜 특히 야간에 식욕과 대사에 영향을 미칩니다. 스트레스 관리는 특히 스트레스에 민감한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에게 중요합니다.
  3. 신체 활동: 규칙적인 운동은 유전적 민감성을 부분적으로 상쇄할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FTO와 같은 '비만 유전자'의 효과는 활동적인 생활 방식으로 감소될 수 있습니다.
  4. 야식의 구성: 야식의 영양소 구성도 중요합니다. 특정 유전적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야간에 특정 영양소(예: 탄수화물, 포화 지방)에 더 민감할 수 있습니다.

개인화된 접근의 중요성

야식이 체중에 미치는 영향은 사람마다 크게 다를 수 있으며, 이러한 차이의 상당 부분은 유전적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야식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 체중 증가 위험이 더 크지만, 다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야식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전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개인화된 영양 전략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유전자 검사와 영양유전학의 발전으로 개인의 유전적 프로필에 기반한 맞춤형 식이 권장사항이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전자가 우리의 운명을 완전히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강한 생활 습관,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는 유전적 민감성을 상쇄하고 전반적인 건강과 체중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야식과 체중 증가의 관계는 단순히 "먹지 마라"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유전적 프로필, 대사적 특성, 생활 방식 요인을 고려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고, 필요하다면 유전자 검사나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식이 패턴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