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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기반 맞춤형 영양학

유전적으로 칼슘 흡수가 잘 안 되는 사람의 식단 전략

같은 칼슘을 먹어도 흡수율은 사람마다 다르다.

칼슘은 인체에서 가장 풍부한 미네랄로, 뼈와 치아의 형성뿐 아니라 근육 수축, 신경 전달, 혈액 응고, 호르몬 분비 등 다양한 기능에 관여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점이 있다. 바로 누구나 칼슘을 똑같이 흡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칼슘 흡수력이 떨어지는 체질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충분히 섭취하더라도 체내에 잘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단순히 칼슘을 많이 먹는 것만으로는 결핍을 막을 수 없다.
이번 글에서는 칼슘 흡수에 관여하는 유전적 요인과 그에 따른 맞춤형 식단 전략을 살펴보며,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칼슘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칼슘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무엇이 있을까?

칼슘은 인체에서 가장 많은 양이 존재하는 미네랄로, 뼈와 치아를 구성하는 주성분일 뿐 아니라, 신경 자극 전달, 근육 수축, 혈액 응고, 세포 신호전달 등 수많은 생리학적 기능에 필수적이다. 그런데 칼슘의 역할이 온전히 수행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이 섭취했는가’보다, ‘얼마나 잘 흡수되었는가’가 핵심 변수다.
특히 칼슘의 흡수와 대사에는 여러 유전자들이 매우 정밀하게 관여하고 있으며, 이 유전자들에 변이가 있을 경우 동일한 식단을 섭취해도 사람마다 흡수율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가장 핵심적인 유전자는 VDR(Vitamin D Receptor) 유전자이다. 이 유전자는 세포 내에서 비타민 D의 작용을 가능하게 해주는 수용체 단백질을 만들어내며, 이 수용체가 활성화되어야 비타민 D는 소장에서 **칼슘 운반 단백질(칼빈딘, calbindin 등)**의 합성을 유도할 수 있다. 즉, VDR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아무리 비타민 D를 많이 섭취하더라도 그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
따라서 VDR 유전자에 특정 다형성(SNP)이 있는 사람은 칼슘 흡수 효율이 저하되는 유전적 체질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중요한 유전자는 TRPV6이다. 이 유전자는 소장 상피세포의 칼슘 채널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음식 속 칼슘이 장 세포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하는 통로를 구성한다. TRPV6 유전자의 기능이 약하거나 발현이 저하되면, 칼슘이 체내로 흡수되는 효율 자체가 떨어진다.

이 외에도 CYP27B1, CYP24A1 같은 비타민 D 대사 경로의 유전자들도 칼슘 흡수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이 유전자들은 비타민 D의 활성화와 불활성화를 조절하기 때문에, 이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활성형 비타민 D 농도가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칼슘 흡수율이 낮아진다.

즉, 칼슘 대사는 여러 유전자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복합 네트워크에 의해 조절되며, 이 중 하나라도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전체 흡수 시스템이 무너지게 된다.

유전적 흡수 저하가 있는 사람들의 증상과 특징

유전적으로 칼슘 흡수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칼슘 결핍 상태를 지속적으로 겪을 수 있다. 이 경우 혈액 내 칼슘 농도는 정상으로 유지될 수 있지만, 세포 내 칼슘 농도 또는 뼈 조직 내 칼슘 농도는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이런 상태를 **기능성 칼슘 결핍(functional calcium deficiency)**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증상을 자주 경험한다.

  • 근육 경련 및 눈꺼풀 떨림: 칼슘은 신경세포의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족할 경우 신경이 과흥분 상태에 빠지며, 작은 자극에도 경련성 반응이 쉽게 유발된다.
  • 골밀도 감소 및 뼈 통증: 뼈는 칼슘의 저장소 역할을 하며, 혈중 칼슘 농도가 부족할 때 뼈에서 칼슘을 빼내어 보충한다. 흡수가 원활하지 않으면 뼈는 지속적으로 희생되고, 그 결과 골밀도 감소와 통증, 골절 위험 증가로 이어진다.
  • 불안, 불면, 만성 피로: 칼슘은 뇌의 흥분 억제 작용에도 관여한다. 특히 GABA 수용체와 상호작용하며 진정 작용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 칼슘이 부족하면 신경이 안정되지 못하고, 불면이나 불안이 심해질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일반적인 건강검진이나 혈액 검사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많은 경우 혈액 내 칼슘 농도가 ‘정상 범위’로 나타나기 때문에, 문제를 단순 피로 혹은 스트레스로 오인하여 방치하게 된다.
하지만 체내 저장 칼슘이 계속해서 빠져나가는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골다공증, 만성 신경계 질환, 심혈관계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듯 유전적으로 칼슘 흡수에 불리한 사람은 증상의 원인을 ‘칼슘 섭취 부족’보다 ‘흡수의 효율성’에서 찾아야 하며, 기능성 결핍 상태에 대한 인식과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유전적 칼슘 흡수 저하를 위한 식단 설계 전략 

유전적으로 칼슘 흡수가 잘 되지 않는 경우, 단순히 칼슘이 많은 음식을 많이 먹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칼슘이 어떤 형태로 섭취되었는지, 다른 영양소와 어떤 방식으로 함께 섭취되었는지, 식사 시간과 위장 상태는 어땠는지가 흡수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선 칼슘의 ‘화학적 형태’가 흡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 탄산 칼슘(CaCO₃):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형태지만, 위산이 있어야 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위산이 적은 사람이나 고령자에게는 비효율적일 수 있다.
  • 구연산 칼슘(CaC₆H₅O₇): 위산 의존도가 낮고, 위산 저하 상태에서도 흡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형태로 유전적 흡수 저하자에게 적합하다.
  • 젖산 칼슘, 해조 칼슘, 아미노산 킬레이트 칼슘 등은 생체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부작용도 적어 최근 주목받는 제형이다.

식사 타이밍 역시 매우 중요하다. 칼슘은 식사 중 또는 직후에 섭취할 때 위산이 충분히 분비되어 흡수율이 증가한다. 특히 아침 공복이나 위산이 적은 상태에서 섭취할 경우 흡수율이 급감할 수 있다.

또한 칼슘 흡수를 방해하는 음식에도 주의해야 한다.

  • 시금치, 고구마, 콩류 등 옥살산(oxalate) 함량이 높은 식품은 칼슘과 결합해 불용성 염을 형성하므로 흡수를 억제한다.
  • 가공식품, 탄산음료에 포함된 인산염은 칼슘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
  • 지방이 과도하게 많은 식단은 칼슘이 지방산과 결합하여 비누화(saponification)를 일으켜 흡수가 저해된다.

따라서 유전적으로 칼슘 흡수가 떨어지는 사람은 칼슘의 화학 형태, 식사 시간, 식이 상호작용을 고려한 식단 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며, 무작정 고칼슘 식품만 찾는 전략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유전적으로 칼슘 흡수가 잘 안 되는 사람의 식단 전략

칼슘 흡수에 영향을 주는 보조 영양소의 역할

칼슘은 단독으로 대사되지 않는다. 흡수와 대사 과정에는 여러 보조 영양소가 협력하며 작용하는데, 이들을 충분하고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유전적으로 취약한 사람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비타민 D
비타민 D는 소장 상피세포에서 칼슘 운반 단백질의 합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유전적으로 VDR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경우, 비타민 D의 작용 효율이 낮아져 같은 섭취량으로도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활성형 비타민 D(1,25(OH)₂D₃)를 직접 보충하거나, 비타민 D 섭취량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마그네슘
마그네슘은 부갑상선 호르몬(PTH)의 분비를 안정화시키고, 칼슘이 세포막을 통과해 작용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마그네슘이 부족할 경우, 비타민 D의 활성화도 저해되고 칼슘의 기능도 불안정해진다. 유전적으로 칼슘 흡수가 저하된 사람에게 마그네슘 부족이 동반되면 결핍 상태가 악화된다.

비타민 K2 (메나퀴논-7)
비타민 K2는 칼슘이 뼈로 이동하여 정착하도록 유도하며, 반대로 혈관이나 관절에 칼슘이 축적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칼슘 보충제를 장기 복용하는 사람은 비타민 K2가 부족할 경우 혈관 석회화 같은 부작용 위험이 있다. 특히 고령자나 폐경기 여성은 K2를 병행 보충하는 것이 매우 유익하다.

아연, 붕소, 오메가-3 지방산
이들 보조영양소는 직접적인 칼슘 흡수보다는 호르몬과 염증 반응의 조절을 통해 칼슘 대사 환경을 개선해주는 역할을 한다. 전신의 영양 균형이 유지되어야 칼슘 흡수도 최적화될 수 있다.

 

결국 유전적으로 칼슘 흡수가 불리한 사람은 단지 칼슘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영양소 조합과 대사 흐름 전체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유전자 기반 칼슘 관리의 미래전략

앞으로는 ‘얼마나 섭취했는가’보다, ‘내가 흡수할 수 있는 유전적 능력은 어떤가’가 영양 관리의 핵심이 된다.
특히 **유전자 분석(SNP 검사)**을 통해 개인의 VDR 유전자, TRPV6 유전자 상태를 확인하면, 칼슘 대사에 취약한지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보충제 형태, 복용량, 보조영양소 조합 등을 맞춤 설계하는 **정밀영양학(Personalized Nutrition)**은 단지 질병 예방을 넘어서, 삶의 질과 노화속도까지 관리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

앞으로는 병원에서 "당신은 칼슘을 흡수하기 어려운 유전자 타입이니, 이 보충제를 이 시간에, 이 음식과 함께 드세요"라고 안내받는 시대가 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나 자신의 유전적 특성을 정확히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유전적으로 칼슘 흡수가 잘 안 되는 사람은 단순히 칼슘 섭취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결핍을 해결할 수 없다. 대신 흡수 효율을 높이는 식품 선택, 섭취 방식, 보조 영양소 조합, 그리고 유전자 분석을 통한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
당신이 만약 반복적으로 뼈가 약하다는 말을 듣거나, 근육 경련이나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면, 한 번쯤은 ‘칼슘 흡수력’에 대한 유전적 요소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누구에게나 맞는 정답’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는 시대다. 그 해답은, 당신의 유전자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