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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기반 맞춤형 영양학

유전적으로 단맛에 예민한 사람 vs 둔한 사람– 단맛 수용체 유전자와 식습관의 과학

단맛에 대한 반응은 왜 사람마다 다를까?

‘단맛’은 인간에게 가장 보편적이고 본능적으로 선호되는 미각 중 하나이다. 신생아의 미각 반응에서도 단맛은 명확한 긍정 반응을 유도하며, 진화 생물학적으로도 고열량의 식품을 빠르게 인식하고 섭취하게 만드는 데 유리한 감각 체계로 발달해 왔다. 그만큼 인류의 역사와 식생활에서 단맛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오늘날에도 설탕을 포함한 다양한 당류 및 감미료는 일상 식단에서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단맛에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음식에서도 어떤 사람은 '매우 달다'고 느끼는 반면, 어떤 사람은 '생각보다 달지 않다'라고 말한다. 심지어 단 음식을 먹었을 때 만족감이나 포만감을 쉽게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못해 끊임없이 단맛을 찾는 사람 간에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러한 개인차는 단순한 기호나 경험의 차원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유전적 요인, 특히 단맛 수용체 유전자(TAS1R2, TAS1R3)의 다양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본 글에서는 단맛에 대한 민감도 차이를 유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탐색하고, 단맛 수용체 유전자 변이에 따른 식습관, 비만 위험성, 식이조절 전략 등 다양한 건강상의 함의를 고찰하고자 한다.

단맛을 인지하는 메커니즘 – TAS1R 유전자의 역할

인간의 미각은 기본적으로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의 5가지 기본 맛을 구별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중 **단맛(sweetness)**을 인지하는 것은 주로 혀의 미뢰(papillae)에 위치한 **맛 수용체(sweet taste receptors)**의 작용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 수용체들은 G 단백질 연결 수용체(GPCR) 계열의 일종이며, 단맛 수용체 유전자로는 TAS1R2, TAS1R3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 두 유전자가 발현하는 단백질은 각각 T1R2, T1R3라는 수용체 단백질로 번역되며, 이 둘이 이량체(heterodimer) 형태로 결합하여 단맛 감지를 담당한다. 이 수용체는 포도당, 과당, 설탕, 자당(sucrose) 등 일반적인 당류는 물론,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스테비아 등 다양한 인공 감미료에도 반응한다.

문제는 이 **TAS1R 유전자에 존재하는 다양한 단일염기다형성(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들이 사람마다 다른 민감도를 유도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TAS1R2 유전자 상의 rs35874116 위치의 A형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G형보다 단맛 감지 역치가 낮아, 적은 당도에도 더 강한 단맛을 인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반면 G형을 가진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단맛 자극에 둔감하며, 더 강한 자극이 있어야 같은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즉, 같은 케이크나 음료수를 먹더라도 어떤 사람은 '달아서 조금만 먹어도 충분하다'고 느끼는 반면, 어떤 사람은 '단맛이 약해 만족감이 없다'며 더 많이 먹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유전적 민감도는 식이 선택, 섭취량, 만족감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맛 민감도와 건강 – 비만, 당 중독, 식습관의 연관성

단맛에 대한 민감도는 개인의 식습관과 건강에 매우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단맛에 둔한 사람은 보통 더 강한 자극, 더 높은 농도의 당분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고당도 식품에 대한 반복적인 노출과 섭취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단맛에 민감한 사람은 적은 양의 당분으로도 충분한 단맛을 인지하고, 상대적으로 당류 섭취량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실제 체질량지수(BMI) 및 비만 유병률과도 관련이 있으며, 여러 연구에서 TAS1R2와 TAS1R3의 유전형과 비만 위험성 간의 연관성이 보고되었다. 특히 TAS1R2 유전자의 rs35874116 G형 보유자는 고당도 식품에 대한 선호도와 섭취 빈도가 높고, 탄산음료 및 가공식품 섭취가 잦아 복부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 증가의 위험성이 함께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단맛에 둔감한 사람일수록 뇌의 보상 시스템에서도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당 중독(sugar addiction)’의 생리적 메커니즘과도 연관된다. 단맛 자극은 도파민 분비를 유도하며, 반복적인 고당 섭취는 도파민 수용체의 민감도를 떨어뜨려 더 많은 양을 요구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이처럼 단맛 민감도는 단순히 미각의 차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식품 선택, 포만감 조절, 식후 혈당 반응, 식욕 조절 호르몬의 변화 등 광범위한 대사 반응에 영향을 주며,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건강 상태까지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맞춤형 식이전략 – 유전정보를 활용한 당류 섭취 조절

단맛 수용체 유전자의 정보를 알고 있다면, 개인의 식단 설계에서 보다 정밀한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 먼저 TAS1R2, TAS1R3 유전형에 따라 단맛 감지 역치가 높은 사람은, 식단 내 당류 함량을 줄이기 위한 보상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설탕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만족감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텍스처나 향, 시각적 요소 등을 활용하여 감각적 포만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고식감(high palatability) 식품 대신 복합 탄수화물이나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선택하여 포만감을 유지하고 혈당 급등을 방지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다. 특히 혈당 반응 예측 유전자(GCKR, TCF7L2 등)와의 연계 해석을 통해 당류 섭취가 혈당 조절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할 수 있다.

반면 단맛에 민감한 유전형을 가진 사람은 소량의 당류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기 때문에, 감미료나 가당식품의 필요성이 낮고, 자연식 위주의 식단에서도 충분한 식사 만족을 유도할 수 있다. 이 경우 주의할 점은 단맛에 민감한 만큼 인공 감미료에도 과도한 반응을 보일 수 있어,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과의 관련성이나 위장관 자극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DTC 유전자 검사(Direct-To-Consumer Genetic Testing)를 통해 TAS1R 유전형 확인이 가능하며, 이를 활용한 맞춤형 식이 프로그램도 상용화되고 있다. 또한 CGM(연속 혈당 측정기)와 함께 사용하는 경우, 실시간 혈당 반응에 기반한 섭취 조절이 가능하여 개인 맞춤 영양관리에 효율성을 더하고 있다.

유전적으로 단맛에 예민한 사람 vs 둔한 사람– 단맛 수용체 유전자와 식습관의 과학

단맛 반응도, 이제는 유전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단맛에 대한 민감도는 단순한 기호의 차원이 아니라, 유전자 수준에서 설명 가능한 과학적 체질의 문제이다. TAS1R2 및 TAS1R3 유전자의 변이에 따라 단맛을 감지하는 역치와 반응 정도가 달라지며, 이는 곧 당류 섭취량, 식품 선택, 포만감, 식이 만족도, 대사 건강 등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특히 단맛에 둔감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높은 당류 섭취 경향을 보이며, 이에 따른 비만, 인슐린 저항성, 지방간, 고혈압 등의 위험 요인이 동반될 수 있다. 반면 단맛에 민감한 사람은 감각 자극에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불쾌감, 인공 감미료 과민증, 장기적 스트레스 반응 등과의 연관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개개인의 단맛 민감도는 단순히 '단 음식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를 넘어서는 문제이며, 유전정보를 기반으로 한 정밀 영양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향후 식이요법, 체중 조절, 만성질환 예방 등 건강관리 전반에 있어, 유전자 기반 미각 분석은 필수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건강한 식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나에게 건강한 식단’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