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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기반 맞춤형 영양학

피로 잘 느끼는 체질, 마그네슘 흡수 유전자와의 연관성– TRPM6 유전자를 중심으로 본 만성 피로의 영양학적 접근

이유 없이 피곤한 체질, 유전자가 말해주는 진짜 이유는?

“밤새 푹 자도 개운하지 않다”, “커피를 마셔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운동 후 회복이 오래 걸린다”
이처럼 ‘잘 자고, 잘 먹고, 운동도 하는데’도 지속적인 피로감이 사라지지 않는 사람은 적지 않다. 피로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흔한 건강 불만 중 하나이지만, 많은 경우 혈액검사, 간 기능, 갑상선 기능 모두 정상으로 나타나며, 명확한 원인을 찾기 어렵다.

이러한 만성적인 피로감의 이면에는 세포 대사의 미세한 결핍, 특히 **마그네슘(Mg²⁺)**이라는 필수 무기질의 부족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마그네슘은 인체 내 수백 가지 효소 반응에 관여하며, 에너지 생성과 신경계 안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이 마그네슘을 섭취는 해도 흡수하지 못하는 유전적 체질이 존재한다는 점은 아직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본 글에서는 마그네슘 흡수에 핵심적인 유전자 중 하나인 TRPM6를 중심으로, 유전적으로 피로에 취약한 체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고찰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피로 관리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마그네슘: 작지만 절대적으로 중요한 영양소

마그네슘은 인체 내에서 약 25g이 존재하며, 이 중 60%는 뼈, 20%는 근육, 나머지는 연조직과 혈장에 존재한다. 체내 마그네슘은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 ATP 안정화 및 에너지 생산:
    마그네슘은 ATP(에너지 분자)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결합되어야 한다. ATP는 마그네슘 없이는 생리학적으로 작용할 수 없다.
  • 신경 전달 조절:
    마그네슘은 글루타메이트, GABA 등 주요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을 조절하여 신경계의 흥분과 억제 균형을 맞춘다.
  • 근육 이완 및 수축 조절:
    칼슘이 근육 수축을 유도한다면, 마그네슘은 이를 이완시키는 역할을 한다.
  • 수면과 기분 조절:
    마그네슘은 멜라토닌 분비를 조절하고, 세로토닌 작용에도 관여하여 수면의 질과 기분 안정에 영향을 준다.

마그네슘이 결핍될 경우, 아래와 같은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 쉽게 피로하거나 회복이 느림
  • 수면장애, 불면, 불안, 우울
  • 두통 및 편두통
  • 근육 경련, 눈꺼풀 떨림
  • 심장 두근거림, 부정맥
  • 소화불량, 변비

이러한 증상은 혈중 마그네슘 농도가 정상일 때도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세포 내 마그네슘 결핍(intracellular magnesium deficiency) 상태는 일반 혈액검사로는 탐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마그네슘 흡수의 핵심 유전자: TRPM6

마그네슘은 음식물이나 보충제를 통해 섭취된 후, 주로 소장의 상피세포와 신장의 원위세뇨관을 통해 체내에 흡수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유전자가 바로 TRPM6이다.

TRPM6 (Transient Receptor Potential Melastatin 6) 유전자는 **마그네슘 이온(Mg²⁺)**을 세포 내부로 통과시키는 채널 단백질을 암호화한다. 이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아무리 마그네슘이 풍부하게 섭취되어도 장벽을 뚫고 흡수되지 못하거나, 신장에서 과도하게 배출되어 체내 농도가 낮게 유지된다.

현재까지 TRPM6 관련 변이 중 대표적으로 연구된 단일염기다형성(SNP)은 다음과 같다:

  • rs11144134: 마그네슘 흡수 저하형으로 분류
  • rs3750425: 체내 마그네슘 농도 감소와 연관
  • rs2274924: 고혈압 및 당뇨병과의 관련성도 제시됨

이러한 변이를 가진 경우, 식이 마그네슘의 흡수율이 평균보다 낮으며, 만성적인 피로, 에너지 부족, 근육 긴장, 수면의 질 저하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생리 주기, 임신, 수유 등 마그네슘 소모가 많은 생리적 조건에서 증상이 더 뚜렷해진다.

함께 고려해야 할 기타 유전자 – TRPM7, CNNM2, CLDN16

마그네슘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TRPM6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유전자들과 함께 분석하면 보다 정밀한 개인 맞춤 전략을 세울 수 있다.

  • TRPM7: TRPM6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채널 단백질. 세포 내 마그네슘 항상성 조절에 관여.
  • CNNM2: 뇌와 신장에서의 마그네슘 수송 조절에 관여. 뇌신경 흥분성과 관련 있는 유전자.
  • CLDN16 (클라우딘-16): 신장 원위세뇨관에서 마그네슘 재흡수에 관여. 변이 시 소변으로 마그네슘 손실 증가.

이러한 유전자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 마그네슘 부족에 더 민감한 체질로 분류되며, 피로뿐만 아니라 두통, 인지력 저하, 감정 기복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유전형 기반의 마그네슘 보충 전략 – 과학적으로 똑똑하게 접근하기

마그네슘 보충은 단순히 ‘많이 먹는 것’보다, ‘흡수 가능한 형태로 체질에 맞게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TRPM6 유전자가 결핍형 또는 저활성형인 경우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1. 흡수율 높은 마그네슘 제형 선택
    • 글리시네이트, 말레이트, 타우레이트, 트레오네이트 등 유기 결합 마그네슘은 흡수율이 높고, 장을 자극하지 않는다.
    • 트레오네이트 형태는 특히 뇌세포 침투율이 높아, 인지 기능 향상과 수면의 질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2. 보조 영양소 병용 전략
    • 비타민 B6는 마그네슘 흡수를 도와줄 수 있으며,
    • 비타민 D, 아연, 셀레늄도 흡수 경로에서 상호작용한다.
    • 특히 비타민 D 수용체(VDR 유전자) 변이가 있다면 마그네슘 요구량이 더 높을 수 있다.
  3. 소량 반복 섭취 전략
    • 하루 1번 고용량 복용보다, 3회 이상 나누어 섭취할 때 흡수율이 더 높고 위장관 부담이 적다.
  4. 식이 조절과 장내 환경 개선
    • 고지방 식이, 인스턴트 식품, 인산염 함유 식품은 마그네슘 흡수를 방해하므로 제한한다.
    • 프리바이오틱스나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로 장 건강을 개선하면 흡수율이 올라간다.
  5. 생활습관 조정
    • 만성 스트레스, 수면 부족, 지나친 카페인, 알코올 섭취는 마그네슘 소모를 증가시키므로 조절이 필요하다.
    • 심호흡, 가벼운 스트레칭, 충분한 수면 등은 마그네슘의 보존과 기능 유지에 도움을 준다.

“피로 체질”의 시대, 이제는 유전으로 관리하자

만성적인 피로는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시키는 문제지만, 많은 경우 명확한 의학적 진단을 받기 어려워 방치되곤 한다. 그러나 유전자 분석이 가능해진 지금, 우리는 단순한 피로 증상을 넘어 근본적인 체질적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시대에 도달했다.

특히 TRPM6 유전자는 마그네슘 대사의 핵심 열쇠로, 이 유전자에 따라 마그네슘의 흡수율, 보유력, 세포 내 작용이 달라진다.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단순히 근육이 뭉치거나 손발이 저리는 문제를 넘어서, 만성 피로, 신경 불안, 수면의 질 저하, 뇌 기능 저하, 대사질환 위험 증가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제는 단순히 "마그네슘을 더 먹어야 한다"가 아니라,
"나는 마그네슘을 얼마나 잘 흡수할 수 있는 유전자인가?",
**"내 체질에 맞는 보충 방식은 무엇인가?"**를 과학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유전자 기반 맞춤 영양 전략은 단지 건강관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활력의 시작점이다.